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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인도의 수도이자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

 

그중에서도 델리-6는 찬드니초크 중심의 올드델리를 뜻하는 우편코드라고 합니다.

(찾다보니 찬드니초크 소식만 올려주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네요 https://www.facebook.com/ChandniChowk6/ )

 

영화는 이민자로 살아가는 미국의 어느 무슬림 인도가정에서 시작합니다.

병이 악화되면서 요양을 권유받게되는 할머니를 모시고

손자인 로샨(아비섹 바찬)이 인도 델리(델리-6)에 있는 옛집으로 찾아가면서 그 주변사람들과

맺어지는 관계들을 뉴요커(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심 흐름입니다.

 

로샨은 미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신비로움과 낯섬, 사람들의 인정을 느끼지만

한쪽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행사되는 권력에 대한 부조리와 카스트의 편견 등에 맞닿게 됩니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한 인도에서 얼굴한번 본적없는 사람과 결혼시키려는 아버지에게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지만 자신의 꿈인 연예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비투(소남 카푸르)를 만나

그녀에 대해 연정을 느끼며 어떤식으로든 도움이 되고자합니다.

 

영화는 내내 <라마야나>라는 서사시를 주제로한 연극을 이어가면서 중간중간 로샨과 주변의 삶을 따라가게 됩니다.

또한, 검은 원숭이라는 정체불명의 범죄자가 등장하여 사람들을 공포로 몰고가고

필요에 따라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검은원숭이를 통해 타개해 나가려는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집니다.

 

영화는 오늘(당시)의 인도에 대한 작은 복사판과도 같습니다.

 

라마야나 연극 중간에 나와 구호를 외치는 정치인은 두르고 있는 스카프 색을 봤을대

아마도 종교민족주의의 상징인 인도국민당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보입니다.

 

검은원숭이가 더욱 활개치면서 느끼는 두려움때문에 데리고온 힌두 사제가 말하는

과거 힌두사원을 허문터가 무슬림사원이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촉발되는 종교적 대립상황은

아요디야 사태를 떠오르게 하고 결국 두집단은 서로에 대한 불신을 참지못하고 서로가 상대를 검은원숭이라고 말하며

격한 대립으로 치닫게 되지만 정작 엉뚱한 곳에서 검은원숭이가 나타나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미움의 근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극중의 라마야나 공연이 펼쳐지고 나서 거리 행진과 마지막 라바나의 화형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아마도 라마야나를 기리는 두세라 축제의 순간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영화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라마야나와 검은원숭이는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상징이라고 보여집니다.

 

라마야나에서 하누만이 랑카를 불지르고 다니는 장면과

델리전역에서 출몰하는 검은원숭이의 장면이 연관되어 보여지면서

영화속에서 지금의 델리가 과거의 랑카(악의도시)로 묘사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인도의 대표적인 서사시이지만 람을 기리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을 공격하는 현실은

여러가지 면에서 생각해볼거리들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랑그 데 바센띠(노랗게 칠해라)>로 이름을 알린 라케시 옴프라카시로 전작에서와 같은

인도사회가 가지고 있는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작과는 다르게 격정적인 변화보다는 현실 속에 숨어있는 내면을 보여주는데 더 주목했던 작품이었지만

화려한 맛살라 장면도 없고 현실에 대한 진지함보다

뉴욕출신의 로샨의 눈으로 보는 인도의 모습을 3자적인 관점에서 서술하다보니

다큐적인 영화가 된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내내 흐르는 음악은 역시 A.R Rahman이라는 생각이 들게할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영화자체는 강렬한 현실을 다루는 것에 비해 갈등이 너무 힘없이 녹아내려서

뭔가 맥빠지게 합니다만 아마도 현실을 쉽게 변화시킬수없다는 감독 스스로의 각성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여러가지면세어 좀 아쉬움이 드는 영화지만

올드델리의 풍경과 음악을 즐기기엔 좋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오늘의 인도현실에 대한 단면을 압축적으로 읽을 수 있고

라마야나를 연극으로 묘사하는 장면들도 저에겐 좋은 볼거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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