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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오어 티> 2021

이 영화는 어쩌면 판타지 영화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영화를 대만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다. 예고편을 보면서 차밭이 나오고 스타트업을 꿈꾸는 젊은이들 이야기라는 점을 보고 별생각없이 내 머리속 고정관념을 꺼내 대만영화라고 단정했던 것 같다.

영화는 원난성에서 나고 자란 한 젊은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 아니다. 어느 고층빌딩 위 난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아래로 내려다보는 한 젊은이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20대 초반부터 부지런히 성공의 꿈을 쫒아 유행에 따른 창업을 반복했던 진베이라는 청년은 사업실패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리다 상담으로도 해결되지 않자 자포자기한 듯한 빌딩 꼭대기에 올라와 아래로 향하기 위해 몸을 점점 기우려가고 있던 그를 뒤에서 잡아 끌어내는 또 한청년 그가 영화 도입부에서 원난성에서 나고 자라서 베이징으로 성공하기 위해 와서 택배업체에서 일하며 나름 업체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던 시우빙이 자신만의 택배업체를 세워 성공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베이징 택배회사에서의 마지막 배송을 위해 '진베이'를 만나러 왔던 순간이었다.

엉겹결에 목숨을 구한 '진베이'는 심리상담사가 언급했던 원난성으로 향한다는 '시우빙'의 말에 무작정 따라 나선다.

원난성 '시우빙'의 고향마을은 온통 차밭으로 이루어진 시골마을로 많은 가구가 살고 있진 않지만 오랜 전통을 가진 차생산지이자 질좋은 찻잎을 생산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곳이다. 그러나, 숙성된 보이차만 좋아하는 대중의 기호변화와 도매상과 대기업의 횡포에 마을은 점점 궁핍해져 가고 있고 젊은이들은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돈 벌기 위해 하나둘씩 떠나가는 곳이었다.

그 외지고 작은 마을로 돌아온 시우빙은 곧바로 징베이의 자문을 받으며 자신의 장기인 택배사업을 벌리기 시작하고 나름 초반에는 성과를 내는듯하더니 마을의 경제상황탓에 금새 베이징에서 벌어왔던 돈은 바닥이 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산속에서 어릴적 친구지만 마을에서 금기어가 되어있던 '리 사오췬'이 주문한 택배를 배달하러가면서 차밭으로 살아가는 마을에서 커피에 빠져 혼자 커피를 키우며 살아가는 옛친구인 '리 사오췬'이 살아있고 맛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징베이', '시우빙', '사오췬'은 각각 자신이 가지는 꿈을 위해 협력해 커피농장을 만들어 원난성표 커피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과연 이 세청년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 예고편만 봐도 희극이고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분명 험난하고 굴곡져있기 마련이고 이 청년들은 그 고난을 잘 헤쳐나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희극영화답게 유쾌하면서도 요즘 영화답게 고화질 DSLR로 찍은 것처럼 깔끔하면서도 약간은 촌스러운 영상이 오히려 시골마을과 잘 어울린다. 그렇다고 돈을 적게 드린 영화같지도 않다. 순간순간 CG로 장면들을 살리며 세 청년들이 존재하는 원난성은 사실 현실의 원난성이 아닌 판타지 속의 어느 장소라는 기분이 들게 한다.

이 영화때문에 알게되었는데 원난성은 현재 중국 최대의 커피 산지이면서 실제로도 유명한 차생산지였던 곳으로 지금은 전체의 1/3정도가 커피를 재배한다고 한다. 그런 현실에 판타지를 가미해 청년들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또 다른 면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중국의 젊은이들에 대한 위로와 중국의 도시화가 가져온 피로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진지하게 보면 헛점투성이 영화지만 코메디이고 젊음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겐 시간 아깝지 않은 가볍게 즐기면서 보기 좋은 영화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속에서는 '시우핑'의 입을 빌어 마윈이나 여러 사람들의 명구를 인용하고 있는데 '징베이'의 심리상담사가 이야기했던 "사람들은 옳은 것과 쉬운 것 가운데서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라고 알려준 해리포터의 덤블도어 교장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게 기억되었지만 젊음을 잃고 책임만 남은 '리 사오췬'의 아버지이자 마을 이장님의 "젊은 너희는 잃을게 없지만 우린 잃어버리면 돌아갈 곳이 없다"라는 슬픈 일갈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젠 젊음은 그저 부러운 존재일 뿐일까?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 꿈을 믿어보고 싶다.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1905038697Y

 

보이차 주산지 중국 윈난성의 '변신'…中 최대 커피 산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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