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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사실 일반 상업적인 인도영화 속 재미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세명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유럽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세명의 사람이 처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시력을 잃었지만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알리야

자이나교의 사제이자 수도자인 마이트레야

주식중개인이자 물질 숭배자(?)인 나빈

 

여러가지 관점에서 바라볼수있었겠지만

영화자체로는 생각할 꺼리가 많은 좋은 영화였습니다.

 

알리야의 사진속에 등장하는 장면들도 좋았고

 

각막염으로 시력을 읽은 사진작가 알리야의 이야기속에서 나오는

음성으로 정보를 주는 카메라나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프린트해주는 프린터기는 참 신기한 존재였습니다.

(카메라 모양으론 캐논? 이었던 것 같은데 특별제작인 것인지 못찾겠네요)

 

개인적으로 사진찍기를 좋아해서인지 몰라도

시력을 회복한 후 음성이 아닌 시간에 의해 사진을 찍기 시작할때

사진찍기를 망설이는 장면에서 공감이 많이 갔었습니다.

 

두번째 에피소드인 자이나교의 사제의 모습은

좀 다른면에서 공감을 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불살생을 교리로 하는 자이나교는 크게 나체파와 백의파로 갈린다고 하는데

이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사제는 흰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서 백의파인것 같습니다.

 

자이나교 수도자의 최고의 영예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단식을 통해 스스로 맞이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에 대한 의지를 꺾는 것이

누군가의 지적처럼 지적자위에서 해방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공감되었던 장면은 단식을 이어가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단식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3일이상 단식을 하게 되면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진액이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런 세세한 과정을 차근히 보여주며 얼마나 큰 고행을 하고 있는지

과정을 설명해주는 모습에 공감이 갔기때문에

지적자위를 버리는 한순간에 대해 살짝 난감함을 느끼게도 합니다.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는 세번째 주인공인 주식중개인인 나빈이었습니다.

할머니와 나누는 대사에서 여러가지 역사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는데

콘돔을 나눠주던 독립적인 시기는 아마도 인디라 간디가 통치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강제로 콘돔을 나눠주며 산아제한 정책을 강제로 시행하던...자유를 위해 싸우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들어갔던...)

 

인도는 80년대 이후 국가사회주의 기조에서 개방을 통한 세속적인 사회로의 전환을 꾀하고 나서

경제적으로도 부흥하게 되었고 그런 동력이 현재 발리우드의 부흥기를 이끌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노년층)에겐 지금의 현실이 미국에 예속된 사회로 보이기도 하는구나 하는 점을 보여줍니다.

(전 이부분에서 지금의 우리 정치현실과 닮은 노년층과 젊은층의 갈등이 보여 씁쓸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배운것도 별로 없이 무식하지만 유능한 주식거래인인 나빈은

최근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맹장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신장을 도둑맞은 어느 가난한 일용직 노동자의 사건을 접하며

할머니가 설교한 사회적 책무에 대해 도전해 보지만 현실은 엉뚱하게만 꼬여갑니다.

 

전 사실 나빈의 선택이 여러면에서 이해도 안되고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가 택한 문제해결방식은 더더욱 평소의 그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기에

많이 모순되게 느껴졌습니다.

 

테세우스의 배라는 패러독스가 현실에 만연한 생명윤리와 만나면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문득 <은하철도 999>에서 기계인간에 대한 욕망까지 연결되며 혼자만의 답을 찾아보지만

결론을 내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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