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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로 : 액터뮤지션> 2024년 삼연(초연)
0.
이번 시즌 2회 차 관람이었다.
시간이 애매해서 시간 없을 때 즐겨가던 포장마차 떡볶이로 가볍게 저녁을 때우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할 말이 많아 조금 긴 후기가 될 예정이다.
1.
첫 관람은 시즌 오픈 한 지 일주일도 안된 시점이었어서 배우들이 몸이 다 풀리지 않아 보였다.
무대가 크기에 비해 동작이 크고 많아서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재미있고 연출이 추구하는 바가 잘 보이는 공연이었어서 매력이 있다고 느껴졌고 역시나 2회 차 관람 이후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몇 번은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위 회전문을 돌게 하는 공연들이 있다 대극장 공연이 아니면서도 회전문을 돌게하는 공연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기 색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회전문을 돌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전율을 만들어 주어야 회전문 관객이 된다.
예전처럼 공연을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잘해야 한두번 더 관람하는 것이 다이겠지만 지금도 나의 업무 스캐줄과 캐스팅 스캐줄을 비교해보고 있다.
그만큼 이 공연의 매력은 다양하다.
(아니나 다를까 후기를 위해 검색하니 블로그에는 시즌 시작 3주차인데 벌써 3회차 관람자도 보인다.)
2.
공식적으로 삼연으로 되어 있지만 초연과 재연때와 달리 이번 공연은 액터뮤지션으로 공연되고 있어 사실상 초연으로 봐도 어색함이 없다.
액터뮤지션 공연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액터뮤지션 공연은 말 그래도 배우가 악기까지 다뤄야 하기때문에 여러가지 제약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악기를 들고 무대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동선도 꼼꼼하게 따져야 하는 쉽지 않은 공연이다.
<조로 : 액터뮤지션> 2024년 이 공연이 완벽하고 환상적인 공연이라는 말은 못하겠다.
어떤 면에서는 조금은 아쉬움도 발견되지만 나에겐 너무도 고맙고 반가운 공연이었다.
뮤지컬 조로는 2011년 초연 되었다. 그 당시 조승우가 조로역으로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그 시기 이 뮤지컬에 대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유투브에 떠도는 영상을 통해 그 당시 화제작이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해준다.
2014년 재연 때는 라이센스 공연임에도 대본 상의 많은 부분을 수정해서 초연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공연을 올렸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십년동안 후속 공연이 없었다.
십년동안 공연을 멈추고 있던 이 공연을 새롭게 액터뮤지션 형식으로 시즌 삼연이자 액터뮤지션 초연 공연으로 올라오게 되었고 초연과 재연 때의 대극장을 버리고 유니플렉스라는 조금 작은 공간으로 무대를 옮겼다.
초연과 재연을 보진 못했지만 떠돌아 다니는 영상만으로도 그 때의 무대가 얼마나 화려했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공연의 무대를 소박하다.
소박한 무대 덕에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무대를 꽉 채웠을 때 시선에 모든 배우의 동선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장점과 그런 배우들의 움직임 군더더기가 느껴지는 어색함이 없을 정도의 연습량이 보였다는 점은 좋았지만 칼싸움에 대한 연기는 조금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조로는 기본적으로 영웅물이고 칼싸움 액션이 자주 등장하게 되어 있다.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하다 액터뮤지션으로서 악기를 들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에 어색함이 없었지만 액션은 조금 아쉽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무대가 작아서 느껴지는 불안감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공연이 끝나고 나올때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은 날 즐겁게 했다.
적절하게 터져주는 악기와 조화를 이루는 안무에서 보여지는 배우들의 열기는 잠시나마 중남미 어느 곳으로 데려가 준다.
(사실은 정확한 배경은 멕시코 지배 하의 캘리포니아 그것도 로스엔젤레스 지만 ^^;)
3.
초연과 재연의 영상이나 이번 삼연의 커튼콜에서 불리는 "밤볼레오"가 아무래도 흥겨움과 마케팅 때문에 이 공연의 메인 테마로 잡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공연 중에 가장 집중하게 되는 넘버는 여성 사중창으로 불려지는 넘버들이었다.
'아이야이야~ 아이야이야~'라고 불리는 여성 사중창은 스페인의 한이 서린 듯 한 구슬픔을 만들어 준다.
앙상블이 부르지만 공연 중간 중간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이 여성 사중창이 이 공연의 큰 매력 중 하나라고 감히 이야기해본다. 흐느낌과도 같은 그 넘버들은 또다른 스페인 배경의 뮤지컬인 '베르나르다 알바'를 연상시키며 한이 서린 스페인 여성의 정서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거기에 두번째 공연에서 내 뒷자리 어르신들이 주연 배우들 보다 더 눈에 들어온다는 이네즈의 홍륜희는 사실 너무도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였고(킹아더의 모르간 홍륜희니깐...) 사실 나에겐 생소한 주연배우들도 1회차때 최민우는 능글맞음으로 2회차때 MJ는 정말 막내같은 깨발랄으로 자기 배역을 개성있게 잘 소화하고 있었다.
루이자 역활을 전나영과 서채이도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가진 배우들이었는데 첫회공연때 만난 전나영 배우는 캐스팅 보드로 이름이 낯익다 정도로 생각하고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가 디에고에게 건내는 첫 넘버를 통해 '렌트'의 모린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전나영의 루이자는 도도하고 차분한 루이자였다면 서채이의 루이자는 조금은 말괄량이 같은 루이자를 표현하고 있다. 서채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뭔가 익숙함이 느껴져 찾아보니 예전 <김종욱 찾기>에서 서지수로 활동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 즈음 해당 공연을 정기적으로 관람하고 있었으니 얼굴을 마주했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4.
큰 뮤지컬 공연을 보다보면 이상하게 눈이 가는 앙상블이 있는 경우가 있다. 앙상블로 자신의 역활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지만 묘하게 튄다고 해야할지 주연보다 빛나는 배우라고 해야할지 유독 눈에 들어오는 앙상블이 있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 공연에서 캐스터네츠를 맡고 있는 신주연 배우가 나에겐 계속 눈이 가는 배우였다.
동작의 선도 좋았고 매 순간순간 등장할때마다 빛이나는 배우라고 느껴졌다.
영화에서 씬스틸러의 존재와 다르게 공연 연출 입장에서 주연보다 빛나는 배우가 존재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씬 스틸러는 오히려 씬을 살리며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 주지만 공연은 오히려 주연배우들 중심의 시선을 분산시켜 산만함을 만들어 줄 수도 있기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조로:액터뮤지션> 공연 자체가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모두가 주연 같은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여성 사중창은 끊임없이 민중의 고통과 분노를 이끌어주는 중요한 시점마다 등장해 극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그 중심에도 신주연배우가 있다.
캐스터네즈나 악기에 대한 조예는 없지만 이 공연을 위해 배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배우가 가지는 흥과 연습량으로 잘 소화해냈다고 느껴진다. 스페인 느낌을 살려야 하는 공연이기때문에 캐스터네츠와 탭댄스는 극 전반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고 우리가 기억하듯이 캐스터네츠는 그 리듬을 이끌어가는 중심에 놓여있다.
물론 악기를 담당했던 모든 배우들이 열정적이고 재미난 공연을 만들었지만 그만큼 신주연배우의 가치가 중요했던 공연이라고 생각했고 내 눈에는 무대 속 누구보다 빛나는 배우였다.
이 정도로 강렬했던 것은 아니지만 기억나는 앙상블 중에서 예전 <킹아더>의 김서노 배우가 있었다.
문득 김서노 배우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구글링으로 나오는 김서노이라는 이름의 배우 출연작에 킹아더가 보이지 않아 같은 배우가 아닌 것 같고 같은 이름의 다른 배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극장 앙상블이라면 작은 공연에서 주연급인 경우도 많은데 어떤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해 진다.
5.
<조로>는 베트맨의 원형으로 보기도 하는 귀족출신 대중영웅 서사의 한 출발점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려서 소설로도 읽었고 영화나 기타 매체를 통해서 익숙한 캐릭터였지만 이 공연 속 조로는 조금 생소했다.
어찌보면 누구나 다 알 수도 있는 이야기에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놀라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초연 때와 다르게 총독자리를 빼앗은 라몬은 디에고(조로)의 형으로 설정이 바뀌었고 디에고(조로)는 어려서 귀족수업을 위해 스페인으로 보내졌지만 기숙학교를 도망나와 집시들과 어려울리며 지내고 있는 한량이 되어있었다.
그런 디에고를 루이자가 스페인으로 가서 데려오고 디에고를 따라 한무리의 집시들도 로스엔젤레스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네즈가 보여주는 집시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집시의 모습이자 안정을 갈망하는 불완전함을 함께 보여주고 있으며 가르시아의 청혼으로 정착에 대한 소망을 이루는 순간 영원 속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영면은 가장 오랜 정착일 지도 모른다.
이 공연은 이자벨 아얀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해당 소설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존스턴 맥컬리의 대중소설 <조로>의 프리퀄적인 소설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만큼 조로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내용이라는 점이 이번 공연에도 크게 작용했다고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무겁다고 할 수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덕분인지 가볍지도 않고 극에 들어있는 성장하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물음과 흥겨움들이 적당히 잘 버무러져 무게감있는 공연이 되었다.
6.
스페인에 가본적은 없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스페인풍이라는 느낌들이 있는데 공연을 보면 그런 스페인 감성이 잘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런던에서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던 형식을 규모를 축소하면서도 런던 공연의 색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런 중심에는 직접 런던에서 달려와 직접 각색과 연출을 진행한 크리스티안 더럼(Christian Durham)이 있었다. 그만큼 런던 공연의 느낌을 유지하며 유럽의 색채가 남아있어 우리나라 대중 공연에서 이렇게 스페인 색채가 느껴지는 공연을 만나다니 신기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어쩌면 그래서 조금은 우리에게 낯설고 어색할 수도 있는 공연이지만 쉽게 만나기 어려운 진귀하고 재미난 공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티켓팅도 전인데 다음 공연에서 만날 배우들이 보여줄 무대에 대한 기대가 차오른다.




https://youtu.be/CNj9IPjZfGM?si=o6eX9dUojBOsnsjV
이 영상의 2분30초에 여성 4중창이 나온다.
https://youtu.be/MobG8jM_7xI?si=YlTzaYw9sO495dUr
https://youtu.be/tMiNziYrrgE?si=0StogEeyNgGFClw8
https://youtu.be/56dM76riMWU?si=nxi2LRPBS-RE2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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