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후기] 컴 프롬 어웨이 (Come From Away)

 

<컴프롬어웨이>


지치고 지친 날이었다.

사실 뮤지컬이고 뭐고 다 귀찮은 날이었고 따로 티켓을 처분하는 것 조차 귀찮기만한 날이었다.

티켓 값이 아까워 갔다고 말하기엔 평소 잘 날려먹는 성격이니 딱히 그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 아마도 뭔가 내면에 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드는 첫번째 생각은 지친 날 보기에 정말 딱 어울리는 공연이었다는 것이다.

공연 포스터에 있는 문구외엔 어떤 정보도 없이 내가 기억하고 좋아하던 몇몇 배우들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티켓팅을 해두었던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 나서 찾아보니 2015년 오픈해서 2017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토니상, 올리비에상, 드라마 데스크상, 외부 비평가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음악상, 대본상, 연출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증명했다."라는 설명이 달려있다.

이번 공연은 라이선스를 가져와 진행된 첫 공연으로 극 특성 상도 어쩔 수 없겠지만 중견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공연이라는 점도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공연이었다.

타 공연에서는 주·조연급 배우들인데 이 공연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앙상블이 되어 무대를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이 등장하거나 화려한 무대도 없고 내용도 어찌보면 잔잔하기만 한 공연인데 보는 내내 따뜻하다.

사건의 시작은 911테러라는 비극으로 인한 불안함과 걱정 속에서 시작하지만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들도 많고 문득 문득 시야가 흐려지는 순간들도 자주 느껴진다.

공연의 배경이 되는 주요 공간은 캐나다 뉴펀들랜드섬에 있는 갠더공항과 갠더마을로 2001년 9월 11일 뉴욕을 덥친 테러로 인해 미국 전역의 항공길이 닫히고 급히 외진 뉴펀들랜드섬의 공항으로 항공기를 비상착륙 시킨다.

무려 38편의 비행기가 갠더공항으로 모였고 비행기의 탑승객 수는 마을 주민의 두배에 달하는 많은 수의 낯선이들을 맞아 뉴펀들랜드섬 사람들은 하늘길이 닫혀있던 닷새간 정말 성심성의껏 대해준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여행객들의 이야기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닷새의 모습에서 인류애와 연대, 그리고 측은지심에 대한 감정들이 다가온다. 공연은 모든 것이 끝난 그 10년후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을 내리지만 그해 그 공간과 시간에서 쌓인 여운들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화려함이 없지만 나에겐 너무도 좋았고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공연으로 멋진 배우들이 아기자기한 연출로 다양한 배역으로 돌아가며 이야기하듯 흘러가는 것도 나에겐 친숙하면서도 진정한 뮤지컬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일상에 지쳐있는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고 나도 여유가 되면 한번 더 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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