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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1932-34> 동국대 이해랑 극장

우리에게 독립운동의 중심지로 알려진 상하이에서 1932부터 1934년까지 역사 속 사건과 함께 벌어진 세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뮤지컬이다.

한중수교 30주년 기념과 윤봉길의사 상하이 의거 90주년 기념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극 속에서 1930년대 상하이라는 도시에서 조선인 출신 영화배우인 김염(본명 김덕린)과 가무에 능한 여배우인 왕런메이 그리고 일찍 요절했지만 현재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작곡한 천재음악가 니에얼이 등장한다.

아마도 김염이라는 배우에 대해선 언제가 잠깐 접했던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공연을 통해 제대로 알고 그 인물의 삶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었다.

공연 제목인 상하이 1932-34는 상하이의 1932년부터 1934년까지를 뜻하며 1932년은 윤봉길의사가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열리는 천왕 생일기념 겸 상하이 전승을 기념하는 자리에 폭탄을 던졌던 1932년부터 극의 세 주인공이 함께 작업했던 영화 <대로>가 개봉했던 1934년까지를 의미한다.
(그래서 공연도 19시 32분에 시작한다.)

극은 김염이 친구였던 니에얼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한다. 무작정 돈도 없이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상하이에 달려온 김염(당시 이름 김신)은 단역을 전전하다가 한 극작가에게 발탁되어 배우의 길을 걷게 되고 영화황제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유명하고 인기있는 배우가 된다.

극 중에도 소개가 되는데 그 사실을 잘보여주는 것이 1934년 상하이 영화잡지 《전성》에서 영화황제를 뽑는 인기투표가 있었다. 김염은 가장 잘생긴 남자배우, 가장 친구로 사귀고 싶은 배우, 가장 인기가 있는 배우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인기많은 배우였던 김염은 자신을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멜로영화를 그만 두고 항일영화만 찍겠다고 발표하며 니에얼이 작곡하고 왕런메이가 불러 더 인기를 얻게되는 영화 <대로>를 찍게된다.

김염이 극중에서처럼 실제 홍커우 공원 현장에 있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면허를 가졌고 105인 사건으로 일본에 쫒기다 결국 독살당했던 독립운동가 김필순의 셋째 아들이었던 그의 출생배경을 보았을때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보여진다.

김염의 부인이 된 왕런메이는 니에얼과 더 먼저알고 친했던 사이였지만 사랑은 김염과 이루어진다. 하지만 찾아보니 두 사람은 1947년까지만 부부였었고 그 이후 두 사람은 각각 다른 배우자를 만나 죽을때까지 따로 살아갔다고 한다.

극에서 처음 만난 니에얼이라는 인물이 가장 재미나고 의미있게 다가왔다. 사실 난 현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가 무엇인지 어떤 가사였는지 모르고 있었다. 극 중에서 나오지만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영화 <풍운아녀>의 주제곡으로 극 중에서 항일투쟁하는 의용군의 행진곡으로 작곡되었던 노래로 실제 중국의 항일투쟁과정에서 널리 퍼지고 많이 불러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공식 국가로 채택되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1978년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가사로 개사했다가 인민들의 항의를 받고 결국 1982년 원래의 가사로 돌아갔다고 하니 나름 사연이 많은 노래였구나라는 점도 알게되었고 중화인민공화국이 공산당 일당 독재이지 일인독재가 아니라는 점도 새삼 깨닫게 된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코믹한 요소도 적절히 잘 배치했으며 극 중 배역들이 의기를 가지고 싸워나가는 장면들도 잘 살렸다고 본다.

다만, 중심축을 이루는 주체가 중화인민공화국에 있다보니 장제스 정권에 대한 조롱과 일본과의 야합으로 조롱되는 장면들은 조금은 상대적인 면이라고 보여졌는데 다른 다큐에서 실제 국민당 정권이 항일영화 상영을 금지하고 영화사에 많은 압박을 가하는 사실이 있었다고 하니 당시 장제스 국민당 정권이 인기를 잃을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항일과 사회주의 물결이 몰아치던 격변기 역사 속에서 대중의 인기로 살아가던 영화인들의 삶을 아기자기하고 재미나게 보여주었던 공연이었다.

 

 

 

 

https://youtu.be/3oJwmGtbyCE

https://youtu.be/MiH6eXPDG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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