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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의 이의신청> 박홍규, 틈새의시간

조금 특이한 책이었다.

부제로 <영화감독 켄 로치, 다른 미래를 꿈꾸다>가 붙어있는 이 책은 부제에서 표현한 것 같이 영화감독 켄 로치를 통해 그가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꿈꾸며 영화를 만들었는지 같이 생각해보는 책이었다.

저자는 전문적인 영화평론가가 아니고 켄 로치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팬심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하지만 사실 영화적 장치나 문장에 치중하는 평론적인 글보다는 겐 로치 감독 개인과 감독이 만든 영화와 다큐, 드라마를 시대 순으로 쫓아가며 그 시대마다 실제 영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건 하나하나를 곱씹어가며 글을 써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을 것이고 단순한 팬심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깊이 있는 책이었다.

우리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알고 있는 영국의 복지정책을 만들었던 노동당의 집권과 소위 영국병을 고치겠다라고 말하며 복지제도를 줄이고 국유화되었던 기업들을 다시 민영화하고 노조와 큰 전쟁을 펼쳤던 대처시대를 거쳐서 다시 노동당 시대를 맞이했었고 또다시 보수당이 이끌며 브렉시트와 이민자 정책에 대한 보수화까지 영국사회가 걸어온 길은 우리나라의 정치사처럼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며 반복해왔다.

1936년생인 켄 로치 감독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연극에 매료되어 1963년 BBC에 입사한 후 많은 텔레비젼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를 감독했습니다. 책 뒤편에 있는 필모그래피를 보니 정말 많은 작품을 했다는 생각과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로 영화찍는 노동자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명배우를 쓰지도 않고 아마추어에 가까운 배우와 시간 순서대로 영화를 찍는 연출방식 자연광을 그대로 활용하는 화면등 네오 리얼리즘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연출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영화의 주제와 대상은 언제나 사회적, 시대적 약자의 이야기였다는 점도 그런 연출방식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 아니었나 싶다.

켄 로치가 BBC에서 일하기 전부터 시작해서 1960년대 첫 작업한 작품과 시대를 설명하고 대처에 의해 검열도 강화되고 시대가 변화해가는 과정에 따라 영국의 정치상황은 물론이고 켄 로치가 그리고 싶어했던 시대정신에 대해 시간 순으로 따라가고 있다. 때론 스페인 내전으로 때론 중남미의 정치현실까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노동과 인간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고자 했던 켄로치의 노력이 그대로 보여지는 책이어서 좋았다.

사실 켄 로치 감독 작품은 <토지와 자유(Land and Freedom), 1995>, <레이닝 스톰, 1993>, <나, 다니엘 브레이크, 2016>외에 따로 더 본 기억이 나진 않지만 책에서 언급된 모든 영화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특히, 대처시대를 지나 다시 노동당이 정권을 잡았을때 찍었다는 <1945년 시대정신>이라는 다큐를 꼭 찾아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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