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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썸씽로튼(Something Rotten)> (뭔가 썩음?)

※ 주의!!! 스포라고 느껴질 부분이 존재함

제목이 잘 읽히지 않는다. 썸씽로튼 로튼(Rotten)이 뭐지?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온다.

rotten 미국식 [ˈrɑːtn] 영국식 [ˈrɒtn]
1. 썩은, 부패한
2. 형편없는, 끔찍한
3. (도덕적으로) 썩은

이런 형용사라니 아래의 rotten egg의 뜻은 '저열한 놈'이란다. 거참 뭐라고 해석해야 하는거야? 공연을 보고난 후 극 속의 극이었던 오믈릿이 시작할때 "뭔가 썩었어~ "라는 부분이 영어가사로는 Something rotten으로 부르는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아마도 이 제목은 극속의 오믈릿으로 묘사된 공연에 대한 대표격 수사이자 이 극이 만들어지는 상황에 대한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극은 르네상스에 대한 찬양으로 시작한다. 르네상스 시대는 고대의 찬란함을 되살리는 운동이 진행되었던 시기였다. 이 극의 배경은 16세기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이자 르네상스 시대 말기로 문화적 열기가 넘치는 영국이다.

이 공연에 중요한 배역들은 닉 바텀과 나이젤 바텀(Bottom) 형제와 한때 형인 닉 바텀과 일했던 적이 있었던 세익스피어, 닉의 부인인 비아, 위대한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 글을 잘쓰지만 여리고 순수한 나이젤의 마음을 뺐어가는 청교도 집안의 유쾌한 반항아 포사, 그리고 다 쓰러져가는 닉의 극단을 위해 투자자가 되어준 유대인 샤일록이 있다.

등장인물에서 눈치 챘겠지만 이 극은 세익스피어에 대한 찬양에서 시작한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포사와 샤일록이란 캐릭터도 그렇지만 극 중에서 세익스피어는 뛰어난 영감을 가진 표절자(이건 좀 과장이지만)지만 그 시대의 최고 인기 스타로 마치 연예인처럼 대접받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시대적 배경만 16세기일 뿐이지 사실 이 공연은 16세기 옷을 입은 가장 21세기적인 공연이다.

줄거리부터 이야기하자면 승승장구 올리는 공연마다 성공한 세익스피어와 달리 닉바텀의 극단은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며 투자자마저 다 도망가버리고 절망에 빠진 닉바텀은 도박하는 심정으로 뒷골목의 위대한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간다. 그에게서 춤과 노래가 곁들여진 공연인 뮤~~지컬(절대 뮤지컬이 아니다)이 미래에 큰 인기를 얻고 사람들의 흥미를 얻어낸다라는 것을 알게된다.

"공연 중간에 뜬금없이 춤과 노래가 등장하는 뮤~~지컬이라니 그런 공연을 보려고 돈을 낸다는 말인가요?" 닉바텀은 놀라지만 왠지 노스트라다무스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준비한 공연이 당시에 유행하던 흑사병을 풍자한 뮤지컬이었지만 죽음과 우울함을 표현한 뮤지컬은 환영받지 못한 체 공연에 올리지도 못한다.

다시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가 이번엔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세익스피어의 다음 히트작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뛰어난 영감을 가진 노스트라다무스 역시나 미래를 보고 마는데 세익스피어의 최대 히트작은 바로 "해~~엠~~릿" 영감에 노이즈가 끼었나보다 정확하지 않은 발음에 위대한 예언자는 "햄&릿? 아니야 음~ 햄~ 오믈릿~ 그래 바로 오믈릿" 이게 바로 미래 위대한 역작이 될 제목이라고 말해준다.

"그래! 좋았어~ 이제 뮤지컬 오믈릿을 만들자" 별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던 닉바텀은 샤일록의 돈으로 뮤지컬 오믈릿을 만들기 시작한다.

한편 동생 나이젤은 금욕과 순결을 강조하는 청교도 집안의 포사를 만나 시적이고 성(?)스런 영감으로 가득한 사랑에 빠지게 되어 가볍고 흥미위주의 대본이 아닌 진정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있는 오플릿을 쓰고자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인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덴마크 왕자의 이야기였지만 형인 닉바텀은 이런 진지한 내용으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없다며 대본을 버려버린다. 하지만, 그 대본은 자신의 창작적 영감에 한계를 느껴 과거 자신이 인정했던 바텀형제의 극단에 몰래 잠입했던 세익스피어가 챙기게 된다.

결국 시대의 역작 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달걀의 썩음을 한탄하는 대사로 바뀌어 등장하는 뮤지컬 오믈릿은 개막하게 되고 공연은 성공적이었지만 미래를 훔쳐서 만들어진 퇴폐적인 내용으로 꾸며졌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되게 된다.

요약된 줄거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많은 말들이 속사포처럼 진행된다. 마치 세익스피어 연극에서 끊임없이 은유가 넘치는 언어적 유희가 펼쳐지는 것처럼 뮤지컬로 버무린 무수한 패러디(표절)와 수사적인 표현(은유)들이 넘쳐난다.

미래에 인기있는 공연인 뮤지컬을 16세기 사람들의 입과 몸짓으로 다시 21세기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이 공연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오마주(패러디)이자 찬양을 세익스피어 시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공연 속에서 진실은 과거 세익스피어가 누리던 영광을 현재 뮤지컬들이 누리고 있다는 사실과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패러디가 그 영광을 재현한 오마주라는 것이다.

뮤지컬 장르에 대한 오마주이다보니 그동안 시대를 누비며 사랑받았던 많은 뮤지컬들이 패러디로 등장한다. 캣츠와 라이언킹이 연결되고 뜬금없이 오페라의 유령이 등장하기도 하고 메리포핀스의 굴뚝 청소부들이 오믈릿 연회장을 흥겹게 하고 달걀들이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탭댄스를 추는 걸작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당연히 이 공연의 백미는 오믈릿이다. 수많은 패러디 속에서 내가 기억하는 장면들을 연상하며 즐기게되는 이 장면은 그만큼 유희적인 측면에서의 재미도 있지만 패러디라는 것이 무엇인지 뮤지컬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지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달려온 공연은 오믈릿 공연을 끝으로 법정으로 옮겨간다. 법정장면은 바텀 형제를 구원하는 것이 포사에서 세익스피어로 바뀌었을 뿐 세익스피어 원작인 베니스의 상인을 그대로 패러디하여 진행한다. 세익스피어 원작에 세익스피어를 등장시킨 패러디라니...

이 공연은 뮤지컬에 대한 오마주임과 동시에 세익스피어와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오마주이고 재판 결과 새로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약속의 땅 아메리카로 떠나는 바텀일가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원작에서도 많은 뮤지컬 패러디가 등장하지만 한국에서 공연된 라이센스 뮤지컬에선 한국뮤지컬들이 추가되어 한국 관객에게 맞는 재미를 던지고 있다고 하는데 난 한곡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어찌되었든 얼핏 계산해도 뮤지컬 전성기 시대의 리듬을 배경으로 스쳐가는 넘버들은 매 곡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고 즉각적이고 즉흥적으로 즐길 수 밖에 없는 공연이라 여러번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느껴진다. 기회가 되면 나도 몇번은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뮤지컬의 역사를 명확하게 구분짓기는 어렵겠지만 대략적으로 영국에서 대중적인 뮤지컬 원형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꽃피웠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바텀형제는 세익스피어 희곡을 패러디해 흑인분장의 배우들로 공연했던 민스트럴쇼나 그저 춤과 웃음을 주기위한 가벼운 공연이었던 보드빌과 같은 아메리카 뮤지컬의 시초를 상징하는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창작이 조롱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민스트럴쇼나 보드빌과 같은 공연이 지금의 가치에서 보았을때 가지는 불편함과 닮아있다고 보인다.

그것이 찬양이든 조롱이든 단순한 말장난이든 쉴새없이 웃으면서도 장면장면 의미를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난 공연이라는 점은 나에게 분명한 사실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중간중간 공연이 중단되어 세번의 티켓팅끝에 보게되었던 공연이었지만 마지막 입장직전까지도 공연단축을 예고하는 통에 끝내 이 공연은 나와 인연이 없나보다 아쉬워했던 공연이라 더더욱 특별한 기분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닉바텀으로 나온 이지훈 배우는 이 공연에서 패러디되었던 체코 버젼 뮤지컬 햄릿에서 햄릿으로 만났던 배우라 나에겐 더 코믹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 힘겹게 공연을 마쳤기때문에 다음 시즌이 기약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부디 다시한번 이 공연을 접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F1BgdoIiC24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anulnew&logNo=220689475980&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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