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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 톡!> 예그린 시어터
연극 참기름 톡은 가족간의 갈등와 위로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연극은 어느 가정집 주방에서 시작한다. 슈퍼맨 앞치마를 두룬 초로의 남성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로 주방을 왔다갔다하며 후라이팬과 냄비가 제대로 정리되어있지 않다고 궁시렁거리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반대편에서 등장한 여성이 그런 남성의 모습을 어이없이 처다보며 손에 물한방울 안묻혀왔던 사람이 왜 안하던 일을 벌이냐며 타박하면서 '이혼해요!'라고 말한다.
30년을 함께한 부부였던 두 사람에 대한 첫모습은 아내에게 무심하고 오랜 공무원 생활로 자신의 생각과 계획으로만 살아왔던 남편과 홀어머니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임신한 체 결혼시고 못올리고 함께 살며 며느리, 아내,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살아왔던 부인의 애환을 들어내며 시작한다.
이혼을 선언한 그날은 부인에게 알리지 않고 이벤트로 결혼할 딸의 함을 받기로 한 날이었다. 아내의 입장에선 자신에게 말도 없이 계획한 것도 싫고 자신이 손수 함받는날 자신의 결혼식도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음식도 정성껏 직접해주고 싶었는데 남편은 눈치없이 출장요리사를 불러 아내를 편히 쉬게만 하려한다.
거기에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계속 현실과 과거를 넘나들며 가족들의 서사를 읊어주고 함받는 날이라 일찍 퇴근한 딸은 함받는 것이 엄마의 소원이지 자신과는 무관하다며 집에서도 일과 관련된 통화로 바쁘고 부모님의 이혼에 대해 이제껏 살았는데 왜 뒤늦게 이혼이냐며 정색하며 반대한다.
눈치가 없고 자신의 계획에 충실한 공무원 생활을 퇴직하고나서 은퇴 후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남편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아빠를 닮아 살갑지 않고 약간은 이기적인 딸에게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엄마 이정은씨의 선언에 오히려 출장요리사인 참기름 아저씨가 크게 호응하며 주변 식구들과의 갈등을 풀어주기 시작하지만 아뻐는 함받는 것 외에도 뭔가 분주하고 계속오는 전화를 받는 수상한 행동으로 가족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음식도 잘하고 이야기도 잘들어주는 참기름아저씨는 뭔가 따스함이 느껴지는 존재로 실타래처럼 얽힌 이 가족의 하루를 차근차근 노래와 웃음으로 풀어가 준다.
유깨, 상깨, 통깨하게 고소한 참기름 내 진동하게 만들어진 이 연극은 90분의 시간동안 때론 답답함으로 때론 아쉬움으로 때론 안타까움으로 채워가며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 가족과 참기름 요리사가 만들어가는 하루는 진한 맛보다는 은은한 맛으로 오래 씹게 만드는 요리였다고 느껴진다.
내가 본 공연은 첫공연날이라 캐스팅 보드도 준비가 안되어있었지만 연극만큼은 오랜 호흡을 맞춰온 팀처럼 매끄럽게 진행되는 완숙함을 보여줬다.
편안히 중년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번쯤 관람할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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