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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키치적이다. 다르게 말하면 한편의 만화같다. 서울예대 학사 창작작품으로 시작되었다는 이 작품은 그저 흥겹다고만 말하기엔 많은 상징들이 숨어있다고 느껴져 내맘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2017년 서울예대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서울예대 17학번이 연출과 대본을 그리고 11학번이 음악을 담당했다고 하니 사실상 신입생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초연과 앵콜을 거처 이번 재연까지 세번의 공연이 진행되었고 나는 아마도 이번까지 네번 관람한 것 같다.
이번 재연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안좋은 이야기들이 들리고 혹평이 가득한 후기도 접하게 된다. 내가 좋아했던 작품이 정말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인지 걱정스럽고 안타까워 이번 시즌도 관람하기로 했다.
매번 다른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는데 이번 공연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의외로 분석할 것들이 많이 숨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마디로 키치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홍단으로 단이라는 외자가 멋있어서 지은 것 같기도 하고 극중에서 나는 청단이다라고 말하는 말장난을 위해 탄생된 이름같기도 하다. 저잣거리에서 금지된 시조를 읊는 집단도 '골빈당'으로 아무생각이 없는 당이 아닌 뼈 속까지 빛나는 당이라는 뜻이다. 다른 이름들도 호로쇠, 순수, 진, 흥국과 같이 의미를 가지고 짧은 이름들을 선호한다. 유일하게 '룰루랄라 조로'라는 수식이 붙어있는 이름인 사무라이도 만화책 원피스의 삼검류 검객 '롤로노아 조로'에서 따온 이름으로 실제로도 검을 세개차고 다닌다.
(일본 사무라이는 두개의 검만 차고 다닌다.)
이금결(이은결)이나 흑분홍(블랙핑크) 수애구 같은 키치적 장난들이 넘치지만 배경은 조선 그것도 어느 전란을 겪은 직후라는 설정으로 사무라이가 등장하니 두번의 왜란을 겪고 난 직후를 차용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시대를 흉내낸 것이든 무너진 지배계층의 권위를 열녀과 신분제 강화로 복구하려고 시도하지만 오히려 족보와 양반을 사고파는 흥정거리로 전락했을 따름이다.
극중에서 엉덩이를 딱 빼고 팔자걸음을 걷는 양반놀음은 허례로 가득찬 박지원의 양반전 속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양반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으니, 이것을 어겨서는 안 되느니라. 양반은 절대로 천한 일을 해서는 안 되며, 옛사람의 아름다운 일을 본받아 뜻을 고상하게 세워야 하느니라. 새벽 네 시가 되면 일어나 이부자리를 잘 정돈한 다음 등불을 밝히고 꿇어앉는데, 앉을 때는 정신을 맑게 가다듬어 눈으로 코끝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두 발꿈치는 가지런히 한데 모아 엉덩이를 괴어야 하며, 그 자세로 꼿꼿이 앉아 『동래박의』를 얼음 위에 박 밀 듯이 술술술 외워야 하느니라.
(후략)
시조를 가지고 경연하는 장면은 랩배틀을 떠올리게 하고 시조는 자유와 감성을 누리는 상징으로 표현된다.
문득 68혁명이 떠오른다. 시조를 사랑하는 그들은 히피가 연상되고 자유와 진솔함을 이야기하는 그 정신은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락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68혁명은 전후세대의 상징이었으며 기존의 권위주의 사회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흥국'이라는 권위주의자에 대한 저항은 아직 우리에게서 이루어지지 못했던 68정신을 조선(대한민국)에서 펼처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인터미션 전까지 1막 공연 중에 음향은 거의 사고 수준으로 날카롭고 저음이 사라진 음향이라 배우들의 열정과 좋은 호흡을 망치고 있었지만 2막에선 다행이 어느 정도 개선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토월극장의 문제인지 음향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귀를 괴롭게하는 수준의 음향문제는 개선이 시급해보인다.
뮤지컬에서 정말 중요한 음향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번 공연은 막이 내린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리고 나 자신도 자연스럽게 기립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솔직히 기립박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 혼자 일어서면 어떻게하나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회전문을 도는 듯한 열혈관객들이 많았던 영향도 있었겠지만 음향사고를 잊게 만들정도로 힘을 다한 배우들의 열정에 다들 탄복하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믿는다.
노래도 조금씩 손을 봐서 초연때와는 다른 의미전달력을 높이고 극에 대한 집중도도 높인 점도 좋았고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알뜰하면서도 초연때보다는 세트에 좀더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었다. 무대도 극장이 넓어진만큼 동선을 크고 역동적으로 채워가도록 변형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초연때부터 공연을 잘 이끌어주고 있는 양희준, 김수하 두 배우가 가지는 힘도 크다고 느낀다. 특히 김수하라는 배우는 배우 자신에게도 스웨그에이지팀에게도 서로에게 큰 힘이되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냥 키치 그 자체일지도 모르는 공연에 68정신을 읽어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존의 권위를 자유와 낭만으로 이겨내는 새로운 시도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 이런 공연을 만나는 것은 나에겐 큰 즐거움이고 유치하다고 하기엔 너무나 즐거운 꿈을 꾸고 있는 공연이라 다음 시즌도 기대해본다.
https://blog.naver.com/seoularts_kr/221230977358
https://www.youtube.com/watch?v=5QdTj9ITCJA
https://www.youtube.com/watch?v=jQWEBek52jk
https://www.youtube.com/watch?v=-gK15Ooj6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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