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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후기
#늘근도둑이야기
#박철민
조금 일찍 대학로에 도착해 티켓팅부터하고 평소처럼 떡볶이를 먹으며 공연시간을 기다려 본다.
<칠수와만수>의 그 이상우가 만들고 연출했던 <늘근도둑이야기> 1989년부터 대학로에서 롱런한 연극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번에 처음보게 되었다.
항상 대학로를 지나다닐때마다 유니플렉스앞을 지나갈때 큼직하게 걸려있던 박철민씨의 포스터를 바라보며 언젠가 박철민씨가 나오는 공연을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로 딱 박철민 배우 회차로 볼 수 있었다.
연극은 환갑과 고희를 맞는 어느 두 늘근(늙은 아님) 도둑들의 하룻밤이야기이다.
으리번쩍한 곳을 제대로 한탕해서 편안한 노후를 꿈꾸는 이들이 선택한 곳은 으리으리한 미술관(?)으로 담장을 넘어 미술관안에 들어가는 것까진 큰 문제없이 성공하게 되었지만 안전한 퇴로를 위해 개들도 잠든다는 새벽2시를 기다리며 수작을 부리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주정뱅이도 피하고 미술관 안에 있는 다양한 미술품과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던 두 늘근 도둑은 결국 경비견에게 발각되어 갈기갈기 옷이 찟겨진 체로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취조를 당하게 된다.
알고보니 그곳은 누군가의 비밀 미술관
늘근만큼 느릿느릿 행동하지만 입담과 재치와 영민함은 신선놀음의 경지에 올라있는 도둑들이었다.
빵(감방)을 안방으로 별(전과)을 업적으로 여기며 출소 이틀만에 권력자의 미술관을 털다 다시 잡혀온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공연시간 100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정도로 웃기만 하다가 나왔다.
박철민은 영화 속에서도 입재간이 뛰어나다고 느끼던 배우였지만 무대에서 보여지는 박철민은 무엇이 애드리브이고 무엇이 진짜 대본인지 구분조차 힘들정도로 말을 쏘아대며 농익으면서도 유연한 진행으로 관객들을 들었다놨다 자유자재로 극을 이끌어 간다. 더 늘근도둑 역할인 노진원 배우도 유연하게 합을 맞추며 진지함과 가벼움을 주고받으며 극을 이끌어 간다.
기본적으로 정치풍자라는 블랙코메디답게 다양한 정치현실을 유머코드로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정권과 권력자들에 대해 성대묘사를 포함해 진지하지만 가벼운 비아냥도 썪어가며 지금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기본 성향때문인지 전(박근혜)과 전전(이명박) 정권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보여졌다.
하지만, 앞전 정권들에서 문화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를 거론하는 장면에서 대기업을 비판한 영화에도 출연했던 박철민배우가 자신의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없었다는 점에 자괴감을 느꼈다는 유머에서는 씁쓸함이 더 느껴졌다.
범법자나 사회혐오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 정치적 성향으로 내지는 어떤 작품을 창작하거나 출연했다는 이유로 예술인들에게 어떤 불이익을 준다는 발상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런 일이 재발했다는 것에 참담함을 느꼈던 순간이 되새겨졌다.
처음 본 늘근도둑이야기 연극 자체로는 너무도 재미있고 훌륭했지만 사실 약간 고루하다고 느껴졌다. 군사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연극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극본이었다고 느껴지지만 지금의 사람들에겐 어색하게 느껴질 아니면 순간순간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이 드는 장면들이 있었다.
도둑들의 입에선 지금의 정치현실을 비판하고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20~30년전의 모습으로 보였기때문에 더 어색한지도 모르겠다. 만일 90년대에 내가 이 연극을 봤다면 웃음보단 울분을 느꼈을 것 같고 당장 몇년전 실제로 사회가 경직되었다고 느껴졌던 그 시절에 보았다면 훨씬 공감하고 더 박장대소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좋은 배우들이 꾸며낸 재미있고 의미있는 연극이었지만 앞으로의 세대가 이 연극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더 커지길 바라게 된다.
삐딱한 나의 시선으로는 이런저런 모순점들이 보이긴 했지만 연극 공연시간 내내 즐겁게 보내다 나올 수 있는 연극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아참, 이 연극에서 관객은 다양한 미술작품으로 불리게 되는데 혼자 앉아있던 난 작품이 아닌 이번 선거에서도 이슈를 만드셨던 ㅎㄱㅇ 총재로 불리는 영광(?)스런 순간을 맞이하는 재미도 누려보았다는 것에 만족하며 이글을 내린다.
이 연극도 이제 많이 늙었나 보다.
연극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하는 버스킹 모습이 방금 전 보던 연극 속 현실에 빠져있는 나에겐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졌었다. 과연 우린 지금 자유로운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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