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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신천지행 2020. 5. 18. 20:00

 

#뮤지컬후기
#여명의눈동자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1991년 10월부터 1992년 2월까지 M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다. 당시에 워낙 유명한 드라마였기에 티비를 잘 안보고 사는 나조차 대략적인 내용과 때때로 드라마의 내용을 마주할 때가 있었고 우연인지 일부러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회는 본방으로 보게되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소재로 위안부, 731부대, 4.3항쟁등이 다루어졌던 드라마였었기때문에 여러가지 이슈가 만들어졌었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드라마가 방영되었던 1991년은 아직 노태우라는 군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였고 1987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1990년 1월에 터진 삼당합당으로 찬물을 뒤집어 쓰고 수많은 파열음 속에 결국 1991년은 수많은 죽음과 마주해야했던 한해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터져나온 정원식총리에 대한 밀가루 세례와 얼마전 작고한 서강대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은 그 모든 죽음을 뒤덮고 다시 공안정국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었고 얼어버린 정국에 갇힌체 1992년 대통령선거는 다가오고 있었다.

드라마를 꼼꼼히 본 것은 아니지만 누구도 빨갱이가 될 수 없었던 시대,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며 살아야했던 시대에 만들어진 사회주의자의 모습이 최대치의 모습이었다고 느꼈다. 그리고 윤여옥은 시대의 희생양이었던 여성을 대표성을 가진다면 장하림은 살아남은 자의 모습 시대를 기록하는 생존자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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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뮤지컬 여명의눈동자를 따로 볼 생각이 없었다. 그만큼 특별한 기대치가 없었던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다른 회차를 한번 더 보고 평을 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러가지 상황상 다른 캐스팅을 볼 기회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피하는 스토리들이 몇가지 있는데 근현대사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내용은 극으로 잘 보지 않는다. 거기에 드라마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경우도 지금까지 중소극장 뮤지컬이면 몰라도 대극장 뮤지컬에선 기분좋게 극을 즐긴적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여명의눈동자"는 작년 초연때 나름 호평을 받았다고 알고는 있지만 왠지 선뜻 공연을 보러갈 마음은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또 어찌어찌 좋은 자리가 나서 이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역시 선입견은 선입견일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특정하게 선호하는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잘하는 것을 구분할 능력도 많지 않아서 그런지 뮤지컬을 볼때 특히 대극장 뮤지컬을 볼때 스토리 라인과 연출에 의해 구성되는 짜임새를 주로 보는 편이다.

고급 와인을 마실 때처럼 다양한 향과 맛이 어우러지는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 주는 감동처럼 뮤지컬도 잘짜여진 연출을 선호하고 그런 뮤지컬을 만났을때 기쁨을 느낀다.

이 공연 '여명의눈동자'는 장대한 드라마를 옮겨놓은 뮤지컬임에도 함축적인 표현이 예술이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기게 되면 노래에 들어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다보면 원작을 모르면 극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은데 '여명의 눈동자'는 핵심요약을 참 잘했다.

거기에 온주완은 기대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었고 최우리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여옥에 대한 애절함을 잘 표현한 배우였다. 그리고 관록의 이경수가 장하림으로 묵직한 목소리로 극의 중심을 잡아주며 전개를 이어가니 굳이 사소한 부분에 대해 딴지를 걸고싶은 마음이 안들정도로 만족스러운 공연이 되었다.

대극장 공연에서 주연배우에 기대어 밸런스가 무너지는 공연들이 생각보다 자주 있었던 탓인지 이 공연의 가치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진중한 이야기꾼 최하림이 극을 이끌어가며 최대치의 강인함과 여옥의 애절함이 잘 어울어지게 연출된 멋진 공연이었고 초연때부터 다른 관객들의 호평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만나고 싶은데 신종코로나의 영향인지 관객석이 많이 비어있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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