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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시사회후기] 토베 얀손, 2020

신천지행 2021. 9. 19. 09:29

 

<토베 얀손> 2021

이 영화는 나에게도 익숙했던 만화 무민의 작가 토베 얀손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만화가라는 주인공의 모습도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제23회 서울국제영화제 개막작"이라는 포스터의 글귀도 나에게 영화를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는 2차세계대전이 끝나가는 핀란드 핼싱키에서 시작한다.

토베는 유명한 조각가인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화가로서 작업에 매진하지만 담배피는 여성의 초상과 같은 개성있는 여성을 모델로 하거나 자신만의 감성을 강조하는 작품스타일은 보수적인 화단에서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토베는 굴하지 않고 예술가 친구들과 파티와 춤을 즐기는 낙천적인 성격이었고 파티장에서 사회주의 계열 신문사 편집장(? 사장?)인 아토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아토스는 유부남이었지만 토베는 별로 개의치 않았고 둘의 관계는 아토스의 아내도 알고 있을 정도로 공식적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토베의 작품은 전시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런 토베를 보다 못해 아토스는 자신의 신문 한 코너에 토베가 재미로 그리던 만화를 싣도록 권유하고 그 즈음 토베는 연극을 연출하는 시장 딸이자 상류층인 비비카를 만나게 된다. 비비카는 토베의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아버지인 시장의 생일 초대장 삽화를 토베에게 부탁하고 그 일을 계기로 둘을 급격히 가까워져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비비카는 토베의 무민을 뮤지컬로 올리자는 제안을하고 둘은 연인이자 공동 작업자로 함께 무민을 만들어간다.

토베는 아토스에게 새로운 사랑이 생겼음을 고백하지만 둘의 관계도 그대로 이어지고 아토스는 토베가 비비카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걸로 여겨지자 자신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토베에게 청혼하게 된다. 하지만 토베의 마음에는 비비카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어 아토스의 청혼을 받아드리지 못한다.

애정 전선의 복잡함과는 별개로 토베가 작업한 무민의 인기는 점점 올라가서 유명 신문사와 월급같은 주급으로 계약하게 되어 경제적 궁핍함에서 벗어나고 많은 곳에서 초대되는 인기인이 되었고 어느날 초대되어 방문한 파리에서 다시 비비카를 만나게 된다.

여전히 파트너를 바꿔가며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비비카의 모습에 결국 토베는 좌절하고 자신의 마음에서 비비카를 떠나보내기로 한다.

영화의 끝에 실제 토베가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장면이 짧게 나온다. 정말 유쾌한 듯이 막춤을 추는 토베는 나이가 들어보이는 모습이었음에도 얼굴엔 귀염과 천진함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이 영화는 토베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양성애자로서 살아간 한 사람의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속 토베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레즈비언이지만 현실의 안락함을 위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안락함과 장점을 토베에게도 권유하는 비비카의 모습도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그 시절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느껴졌다.

영화가 끝나면서 토베의 사랑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간단히 자막으로 소개한다.

최근 사용되는 폴리아모리라는 용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움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 사랑은 언제나 종교나 윤리의 틀안에 있던 사람과 그 밖에 있던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다. 일부일처나 정조에 대한 거짓 신화를 자신의 의지로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무민만 알고 있었지 토베 얀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무민보다 토베 얀손을 더 의미있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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