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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연극] 세기의 사나이 2019

신천지행 2019. 2. 26. 18:30

<세기의 사나이>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오늘 죽는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산 사람으로 기록되면서..


1919년 25살을 맞이하는 청년 박덕배는 어느 진사가문의 서자이자 스무살 차이가 나는 어린 동생을 아버지로부터 위탁받은 가장이다. 우연히 만세운동 물결에 휩쓸렸다가 동명이인으로 오인한 저승사자의 실수로 죽었다가 저승사자의 실수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사는 수명을 얻게된다.


앞서 1910년 일본 유학을 떠나는 노비출신 배민국을 배웅하며 양반가문의 설자중, 서자출신 박덕배 세명은 의형제를 맺는다.

이후 일본의 식민지시대를 살아가며 이들 세명의 운명은 역사의 격랑에 흔들리게 되는데 양반가문으로 만주로 독립운동을 떠나 가족들이 헐벗게 살아가는 설자중은 이회영이나 이상룡같은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지역 유지의 지원으로 일본 제국대학까지 유학을 떠났지만 관동대지진을 겪으며 일본인으로 위장해 살아남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일본과 동화하는 것을 잡은 배민국은 일찌감치 '후지야마(후지산)'이라고 창씨개명을 하고 조선인들을 잡아들이는 고등계형사로 활약하게 된다.


주인공 박덕배는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생이었지만 끊임없이 역사적 사건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역사를 구성하는 민초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연극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처럼 역사속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역사속에 영향을 미쳤을 법한 인물로 주인공을 역사속 사건에 엮어내며 대한민국 근대 백년의 역사 중에서 1910년부터 6.25 전쟁까지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림이나 해방이후 기억되기 조차 힘든 독립운동가와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친일행위자의 모순은 물론 이념으로 인해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불행했던 우리의 역사를 때론 코믹하게 때론 슬프게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블랙코메디라고 봐야겠지만 19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그날의 역사가 어떻게 이어져 내려왔는지 가볍게라도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무대 배경은 만화형식을 차용해 사용하며 매 사건마다 쉬지 않고 빠르게 극을 전개하고 있어 120분이 지루할 틈없이 꽉 차있는 연극으로 극에서 표현된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의미를 떠나서도 단지 오래사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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