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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뮤지컬 벤허

신천지행 2019. 10. 2. 01:00

#뮤지컬
#벤허
#완벽함에대한아쉬움
#뒤늦은후기

<벤허>
- 완벽함에 대한 아쉬움
- 뒤늦은 후기

뮤지컬 벤허를 두번 봤다.

한번은 민우혁/김지우 버젼 한번은 한지장/린아 버젼으로 메셀라와 퀀터스도 각기 다른 배우로 볼수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 공연되는 다른 공연들처럼 뮤지컬 벤허는 원작 소설이 아닌 1959년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벤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3번이나 영화화 된 벤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특히 40대이상이라면)에겐 1959년에 제작된 영화 벤허가 원작처럼 기억될 것 같다.

나에게 벤허는 이두호 화백이 그린 만화 벤허였다.

이후 영화로 다시 벤허를 만났고 이번에 뮤지컬로 다시 벤허를 보게 되었다.

어린나이에 만화로 접했던 벤허에서 아직도 기억에 강렬히 남아있던 장면은 문둥병에 걸린 모녀가 십자가를 지고 지나가는 예수를 보기위해 나와 예수의 죽음이후 내리는 비로 문둥병이 씯겨 나가는 장면이었다.

아직도 불가지론을 따르는 비종교인이지만 종교적인 면을 떠나서도 뭔가 상징적이고 뭉클하게 기억되었던 것 같다.

만화 벤허를 그린 이두호 화백은 벤허 영화를 14번이나 반복해 봤다고 한다. 그냥 9번 만화를 그리기 위해 5번 나오는 대사까지 다 외울정도로 벤허를 좋아했다고 하니 그 열정이 만화속에 고스란히 잘 녹아있었던 것 같다.

그 시절 저작권 개념도 약했던 우리나라에선 정권의 검열로 자유로운 소재로 만화를 그리기도 어려웠던 터라 헐리웃 영화나 일본만화를 그대로 배껴서 그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김형배 화백의 007 시리즈 카피본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남아있는데 나중에 상당수의 만화가 영화가 원작이었다는 사실에 많이 실망하게 되어 국내 만화보다는 일본만화에 집중하기도 했었다.

만화든 뮤지컬이든 원작은 1959년 헐리웃에서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진 영화 벤허가 원작이지만 실제로 벤허는 소설이 원작이다. 워낙에 인기있는 소설이라 최근 2016년까지 포함해 4번의 영화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원문표기는 "Ben-Hur"로, 실제 유태인 이름이며 영어로는 벤허지만 히브리식 발음으로는 벤-후르로 의미는 '후르의 아들'이라고 한다.

스토리는 사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어느 정도는 알고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지만 뮤지컬을 보고나서 다시 곱씹게 된다.

후르가의 아들 '유다' 후르가는 로마의 식민지가 된 예루살램의 큰 부를 누리고 있는 귀족가문이다.

식민지에서 잘살고 귀족이라고 모두 배신자로 볼수는 없겠지만 일제시대를 살아왔던 부자들의 삶과 연관되어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귀영화를 누리던 후르가문은 어릴때 거두어 키워준 가난한 로마인의 아이 메셀라로 인해 몰락하게 된다. 유다의 친구이기도 했던 그는 로마에서의 출세를 선택하면서 자신을 키워줬던 후르가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노예로 팔려간 유다는 로마의 장군을 구해 양아들로 로마의 귀족이 되어 예루살램으로 돌아와 유대인의 독립을 위해 군대를 준비하며 메셀라에 대한 복수를 실행할때는 노리게 된다.

그리고 유다는 메시아라고 불리는 사람을 통해 유대의 독립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게 되는데...

이 작품이 종교적이냐 아니냐에 대한 말들이 많이 있지만 한국에서 창작된 뮤지컬 벤허는 철저하게 볼거리에 치중한 오락적인 요소가 강한 뮤지컬이라고 본다.

그런면에서 블록버스터로 제작된 영화의 컨셉을 충실히 따르며 로마시대 귀족들사이에 성행하던 동성애적 코드를 활용하기도 하고 잘짜여지고 도식화된 군무로 무협영화나 전쟁영화같은 긴장감을 유지시켜 준다.

소설을 따로 읽어본적은 없지만 가사 중심의 발라드를 춤 중심의 댄스곡으로 편곡한 느낌이라고 할까? 흥겹고 재미있게 볼수 있었지만 스토리가 극의 양념이 되어 버린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배우에 따라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민우혁/김지우 두 배우들의 노래실력은 뛰어났지만 미묘하게 서로간의 조화가 어긋나는 서투름이 느껴졌다. 반면 한지상/린아 조합은 노래만 보면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만들어 줬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민우혁의 힘차고 거침이 더 끌리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단지 나이를 이길수없는 넉넉한 뱃살과 잘잡힌 건장한 근육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에게 익숙한 유다는 반항적이고 거친 젊은 유다였고 한지상은 너무 완숙한 유다였다.
한지상의 무대는 평소 그가 보여주던 모습 그대로 한지상 스러운 무대였다. 생각이 많고 진지한 모습의 유다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는 유다와 맞지 않다고 느껴졌다.

나폴레옹이나 아더와 같이 고뇌하는 역활에서 만난 완벽한 한지상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벤허에서의 한지상은 완벽하게 노회한 유다였다.

아마도 나는 민족의 독립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혈기넘치는 유다가 보고싶었나보다. 다시 벤허를 본다면 젊고 거친 벤허와 에스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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