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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크라우드펀딩 제작된 판소리 기반의 뮤지컬 영화다.
네이버 영화 소개의 제작노트를 보면서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보진 않았지만 여러면에서 화제를 모았던 영화 <귀향>의 감독이 새로 만든 영화라는 점도 흥미로웠고 판소리로 만든 한국적 뮤지컬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감독 자신이 정통 판소리 고법 이수자로서 대학시절부터 ‘고수(鼓手: 북 치는 사람)’로 활동해왔다는 점도 이 영화가 만들어진 기원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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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느 잔치집 마당에서 주인공 학규가 구성진 가락을 힘있게 뽑아내면서 시작한다.
주인공 학규는 소리꾼이자 천민으로 이곳저곳 소리를 팔고 아내는 삯바느질로 살아가며 청이라는 딸아이 하나를 키우며 단란하게 살아가던 어느날 주막에 한잔 걸치고 늦은 귀갓길에 오른 학규는 텅빈집을 발견하게 되고 산속을 헤매다 어린 청이만 구해 아내 간난이는 나쁜 사람들에게 납치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 일로 놀란 청이는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고 학규는 간난이를 찾아 소리를 팔며 전국 유랑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게 된다.
간난이는 자매단이라는 인신매매집단에 납치된 것으로 그곳에서 만난 향이를 딸처럼 돌보며 함께 고단한 생활을 버텨낸다. 언제고 누군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 믿으며 희망을 잃지 않은체로....
영화가 시작하는 시대는 조선 영조 10년으로 스스로 자신을 팔도록 거짓계약서를 꾸며 사람들을 매매하던 자매단이라는 범죄조직이 삼남이하에서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고 조정은 그들을 잡기위해 수시로 암행어사를 보내 감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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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기전 가장 걱정했던 것이 감정의 과잉이었다. 감독의 전작에 대한 평들때문에 이 작품에 어느 정도 우려와 선입견을 가지고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역시나 영화내내 감정의 과잉과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감정의 과잉이 극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갈까보다~ 라는 판소리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본격적인 판타지가 펼쳐지면서 감정의 과잉이 판타지로 녹아들어가 한편의 동화같은 이야기로 전환되게 된다.
감독은 아마도 감정의 과잉을 즐기는 순수한 아이같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화는 도입부부터 실망감을 주고 있었다. 판소리 뮤지컬이라는 홍보와는 다르게 노래와 극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헐리웃 뮤지컬 영화처럼 노래소리를 현장의 소리를 죽이고 깔끔하게 뽑아내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장면들도 보였다.
하지만, 시력을 잃은 청이를 업고 유랑을 하다 땡중도 구하고 과거에 낙방하고 길을 잃은 선비도 만나 함께 동행을 꾸리게 되면서 이야기가 점점 풍성해지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져와 자신(학규)와 청이에 대한 신세한탄으로 심청가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재미를 느낀 청중들이 점점 모이고 학규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게 된다.
영화는 영화 속 현실의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의 전개와 학규가 풀어가는 이야기 속의 내용으로 양갈래로 진행되는데 학규가 풀어가는 이야기는 판소리와 상상으로 표현되게 된다.
그래서 영화는 이별을 아쉬워하며 부르는 춘향가의 구절인 갈까보다~ 라는 판소리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본격적인 뮤지컬스러운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학규가 풀어가는 이야기의 주된 이야기는 심청가이지만 영화 속에선 춘향가와 심청가를 적당히 버무려서 상황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최고이 백미는 단연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영화가 끝나고 함께 영화를 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때 같은 느낌이었다는 것에 기뻤는데 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은 이 영화를 무대공연으로 바꿨을때 정말 멋지게 표현될 장면이라고 느껴졌고 정말 잘만들어진 장면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아쉬운 장면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그 순간 표현된 음악은 창이라기 보다는 현대적인 음악으로 표현되었다는 사실이다.
어찌되었던 소리를 중심으로 하고 판소리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영화답게 기교적인 부분을 뺀 소리도 좋았고 아역배우인 김하연 배우가 직접 부르는 장면이 많은데 소리가 좋아서 처음엔 전문배우가 아니라 소리하는 어린이를 배우로 캐스팅한 줄 알정도로 소리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은 참 좋았다.
기술적으로나 연출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였고 그것이 저예산 영화라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들도 있어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적은 돈으로 만들고 주인공을 전문배우보다는 소리꾼으로 캐스팅한 것에서도 목표하는 바에 대한 진정성은 공감할 수 있는 영화였다.
뮤지컬 영화라기 보다는 판소리를 입힌 동화같은 영화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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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1964년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었으며, 2003년 11월 7일에는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우리의 중요한 유산 중 하나이지만 점점 대중으로부터 멀어저가는 문화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이 급속하게 현대화되면서 판소리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래서 1964년 국가가 판소리를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조치로 아낌없는 제도적 지원이 장려되었고, 그 결과 판소리의 전통은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판소리는 전통적 무대예술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장르지만, 원래의 판소리가 지니고 있었던 즉흥성은 많이 잃었다. 판소리 작품의 기록이 증가하면서 판소리가 가진 특징인 즉흥성은 억제되는 경향이 생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판소리가 이렇게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오히려 판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기록하고 정리하는 과정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오늘날에는 판소리의 즉흥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창자도 드물지만 관객들 역시 판소리의 즉흥적 독창성 및 전통 판소리의 내용에 그다지 감동을 받지 않고 있다."
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나 또한 보존과 기록의 측면에서 형식적으로 고정화되면서 판에서 내는 소리인 판소리에서 즉흥성인 판이 사라지고 소리만 남은 결과 대중과 호흡이 끊어진 것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영조시대가 배경이지만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상관없는 팩션처럼 만들어졌다. 시대 배경이 영조인 것은 판소리가 대략 17세기경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어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일 뿐 영조시대가 가지는 다른 특성은 영화에서 등장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우리소리를 좋아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판소리를 이용한 뮤지컬을 즐겨보는 편인데 공연뮤지컬에선 우리소리는 추임새정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국립국안원에서 상영하는 전통적인 형식을 강조하는 공연들은 퓨전이라고 해도 운율때문인지 노래말이 한문그대로의 표현이 많아서 가삿말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서울 아링랑 페스티벌에서 만난 젊은 국악인이 부른 노래는 참 신선했다. 자신의 해외여행 경험을 그대로 창으로 옮겼는데 구성진 가락 그대로 그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생생한 감성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이나 영화에서도 좀더 현대적인 판소리 뮤지컬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9118
소리꾼
영조 10년, 사라진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아 나선 재주 많은 소리꾼 학규(이봉근).그의 유일한 조력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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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페스티컬 공연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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