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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
앨런 튜링, 컴퓨터 과학에서 그 이름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또는 창시자라는 이름이 어울릴만큼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자폐적 성향의 암호해독에 매달리는 천재로 묘사되고 있다. 여러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종합해 봤을 때 그리고 연구에 몰두하는 연구자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도 영화 속 묘사와 크게 다른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면서 만나는 과목 중 하나로 <컴파일러>이라는 과목이 있다. 보통 어느 분야던지 박사급 전공자들조차 어려워하는 분야가 하나씩 있기 마련인데 컴퓨터과학 분야에서는 아마도 <컴파일러>가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힐 것 같다. 최소한 나나 내 주변에선 항상 <컴파일러>가 어려운 분야의 1순위로 느껴졌었다.
컴퓨터과학에서 컴파일은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내용을 컴퓨터가 이해가 가능한 기계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수행하는 과정을 말하며 컴파일러는 그 과정을 기계적으로 논리적으로 구현해 수행하는 장치를 뜻한다. 컴파일의 원뜻은 책을 편찬하는 것으로 한권의 책을 다른 언어로 번역해 출간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인 셈이다.
언어를 번역한다는 것은 문화를 번역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핵심적인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 중에 튜링머신이 있다.
나에게 관련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아직도 이 기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튜링머신은 실존하는 기계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인 개념으로 연속적인 계산이 가능한 기계에 대한 이론을 체계화하여 증명한 것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그중에서도 두뇌에 해당하는 CPU를 동작을 설명하는 근간이 되는 이론이다. 그만큼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이론임에도 간단한 설명과는 달리 그 증명과정은 전혀 간단하지 않다.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 타임머신을 만들수있는 이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핵심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몇명되지 않는 것처럼 튜링머신도 상당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이론이다.
튜링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것처럼 '튜링머신' 이론을 만들어 낸 사람이 앨런튜링이고 이 튜링머신을 구현하기 위해 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를 분리해서 연속적인 연산을 처리하도록 한 지금의 컴퓨터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 미국에서 함께 연구하던 폰노이만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폰노이만 방식이라고 부르며 혁명적 계산능력을 보여준다는 양자컴퓨터도 이 구조안에서 더 빠르게 연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지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현대 컴퓨터의 부모가 되었다.
한 사람은 이론적 배경을 또 한 사람은 실체적 구현을 이루어 냈으니 누구의 업적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론적 배경을 만들어낸 앨런튜링을 실제적 창시자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컴퓨터과학계 최고 권위의 상은 앨런튜링을 기려서 만든 '튜링상'이다.
튜링은 '튜링테스트'로 일반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튜링 테스트'는 이 영화의 제목인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도 불린다. 이 테스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이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졌는지 테스트하는 것으로 블레이드러너나 다양한 영화 속에서 로봇과 인간을 구분하는 방법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아직도 인간의 지능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만들어낸 튜링은 튜링테스트에 대한 글을 철학학회에 발표했다고 한다.
튜링테스트가 유효하냐는 것은 아직도 논쟁거리이지만 튜링이 만들어낸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대결에 대한 개념은 쉽게 깨지지 않아서 실제로 튜링테스트를 실제로 구현해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최초의 컴퓨터에게 주는 뢰브너 상이라는 것이 있다. 케임브리지 행동연구센터에서 재정한 이 상은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컴퓨터에게 10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금메달을 수여하기로 했는데 아직도 그 메달의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매년 인간에 가까운 컴퓨터에게 동메달과 소정의 상금이 수여된다고 한다.
이렇게 튜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고 전쟁에서 암호해독에 큰 공을 세운 전쟁영웅이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앨런튜링은 아마도 콜로서스(최초의 컴퓨터)를 제작하는 과정에만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영화에선 암호해독된 내용을 통제하는 것으로 나온다. 실제 영국정보부에선 암호해독에 성공하고나서 일정한 비율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작전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해독의 결정적 단서가 된 것이 이니그마를 사용하는 독일군의 날씨에 대한 관습적인 표현이라는 것도 이젠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록 깨지긴 했지만 독일군의 이니그마는 지금까지도 기계식으로 구현한 가장 정교한 암호기계였다. 디지털시대로 전환되면서 빠른 연산능력때문에 풀리긴 했지만 이니그마가 구현했던 방식은 이제 디지털로 구현되어 사용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영국 암호해독팀이 이니그마의 원리를 알면서도 그 조합수에 좌절했던 것처럼 현대의 암호는 특정한 경우가 아니면 암호화 알고리즘은 숨기지 않고 오히려 오픈해서 해독이 가능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 수학적인 증명으로 안전성을 논하고 있다.
모든 것이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는 시대의 암호는 그래서 더이상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들이 쏟아지면서 이니그마 이후 기계식 암호장비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는 디지털화 되어 쉽게 깨지지 않는 암호의 장점을 활용해 블럭체인이나 암호화폐 같이 일상에서 암호화된 기법들이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암호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갈등이 존재하는 곳에서 왕성하게 사용되었었다. 전쟁, 범죄, 부의 축척을 위해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정보가 사유되기를 원하는 용도를 위해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져 왔던 사실에 비추어보면 지금의 암호기술의 효용성은 긍정적인 분야에서 더 활발히 사용되도록 연구된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어찌되었건 우리는 암호로 가득찬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암호화 기법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컴퓨팅 파워가 빨라지고 많은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병렬처리에 의한 연산능력 향상에 의해 해독되는 경우도 있고 현재의 컴퓨팅 파워를 껑충 뛰어넘을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현재의 암호화 기법들은 기계식 이니그마처럼 대부분은 단기간안에 해독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학자들은 풀리지 않는 암호에 도전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선 암호를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격변기의 한 시대를 겪으며 만들어갔던 생각하는 기계를 비운의 천재를 기리며 마지막 사과를 깨물었던 순간 그가 무엇을 생각했을지 궁금해진다.
우린 아직도 생각하는 기계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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