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뮤지컬

[뮤지컬] 검은 사제들

신천지행 2021. 3. 14. 12:00

 

<검은사제들>

올해 초연인 이 뮤지컬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김윤식과 강동원이 주연했던 영화는 구마의식이라는 서양의 오컬트적인 소재를 한국적으로 잘 끌어들인 영화라고 생각했었고 내러티브 보다는 악과 맞서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갈등을 해결해가는 개연성이 관건인 내용이었기때문에 미스터리한 상황들을 어떻게 무대에서 풀어갈지가 궁금한 뮤지컬이었다.

관람 소감을 한마디로 먼저 말하면 기대이상의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구마의식 자체가 일종의 제의기 때문에 무대에서 보여지는 구마의식이나 중간에 나오는 굿판은 현장감있게 느껴진다. 구마의식은 서양식 굿이며 기독교 그중에서도 좀더 세속화되어있던 카톨릭에서 행해지던 중요한 의식중에 하나로 아직도 카톨릭은 구마사제들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누가 구마사제인지는 교구장과 구마사제만 알수있다고 한다.

신교계열의 사이비에서도 종종 악마를 내쫒는다며 두들겨 패거나 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보면 차라리 전통있고 오래된 그리고 공식화되어 매뉴얼이 있는 카톨릭에서 구마를 받는게 더 안전할지도....

여튼 각설하고 구마는 종교적 제의고 강력한 악마가 한국까지 흘러들어왔다. 안타깝게도 자궁에 대한 불편한 신화때문인지 히스테리라는 여자만의 질병이 존재하는 것 때문인지 이상하게 악령에 쌓여 구마 치료를 받는 것도 여성이 대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구마의식에 대한 성비비율을 알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극 속에서도 구마의 대상은 여성 그것도 고등학생정도의 많은 꿈을 가진 여린 소녀였고 가족들은 오랜 구마과정에 지쳐가고 잇었다.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 마귀를 상대하느라 구마사제를 보조하던 사제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도망가고 이제 막 신학대학에서 공부하던 젊은 사제하나를 보조사제로 보내기로 한다.

극은 불확실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배경으로 구마의식이 벌어지는 그곳으로 찾아가는 과정조차 간단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중간중간 적당히 코믹한 요소를 넣어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마귀가 들어있는 소녀의 집에 도착한 순간 맞이하는 무당의 굿판은 이 뮤지컬이 가지는 장점을 여실히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려서 무당의 굿을 보러 모여드는 어른들의 모습을 종종보아왔었는데 무당은 정해진 시간에 공연하듯 굿을하고 그 시간동안 자신의 기원을 담아내는 그런 무대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무당은 살풀이이자 하나의 장엄한 공연이었고 기원을 담은 축제이기도 했었다. 얼마전 읽었던 김영하의 소설 '검은꽃'에도 그런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뮤지컬에서는 관객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굿판이 구마의식의 한국적 묘사이자 이 뮤지컬 전체가 하나의 살풀이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신명나게 묘사해 준다.

전체적으로 잘짜여진 연출에 주연과 조연 모두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안정적인 수작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시즌별로 또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