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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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공주다. 아마도 있었을지 모를....
베르디의 오페라에서는 에디오피아의 공주였지만 디즈니가 만든 뮤지컬에서는 누비아의 공주로 나온다. 누비아는 수단동북부 이집트 접경지역명으로 실제 고대 누비아 왕국은 이집트와 갈등관계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한다.
원작자가 에디오피아 공주로 설정했던 것을 누비아 공주로 바꾼 것은 어쩌면 사실성을 더한 작업이었겠지만 누비아라는 곳을 가상의 지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봐선 의도에 걸맞게 이해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랜드 피날레란다. 당분간 '아이다' 뮤지컬 공연은 없다는 뜻이다. 정확한 계약관계는 모르겠지만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던 '아이다' 공연은 막을 내린다는 뜻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아이다'는 초연대본이고 이후 대본이 수정되어 라다메스의 어머니가 창녀였다는 것을 강조하는 등 극의 사실성을 강화했다고 한다.
이번에 막을 내리는 '아이다'는 앞전 시즌을 포함해 총 세번 봤다.
처음 봤을 땐 정신없이 극이 흘러갔다고 느꼈고 아이다와 라다메스만 눈에 들어왔었던 것 같다. 아님 다른 것에 신경이 쓰여서 미쳐 디테일에 신경이 가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처음봤을땐 약간은 유치했고 과도하게 진지했다고 생각했다. 그냥 뮬란이나 포카혼타스같은 설화적 인물을 다룬 디즈니의 여자주인공 시리즈 애니메이션 중 하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뭐 디즈니에서 만들었고 원래도 애니메이션 뮤지컬을 만들 목적으로 각색한 것이라고 하니 오히려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더 맞는 것이겠지만 나에겐 여타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만화적인 설정으로 캐릭터의 단편성과 감정의 과도한 집착으로 보여 불편하고 어색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로맨틱코메디 장르를 제일 좋아한다. 가벼운 듯 진지한 사랑에 대한 감동이 있는 그런 영화가 좋다. 국가(대의)와 사랑에 대한 갈등을 느끼는 캐릭터들은 많았지만 뮤지컬 속 아이다는 약간 어정쩡했다. 처음부터 공주로서 자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노예가 된 자신의 국민들에 대한 부담감은 받아드리지 못하지만 아버지의 명령에는 쉽게 동조하는 전사로 표현된 초반과는 다른 모순적인 캐릭터라고 느껴졌다.
단 하룻밤을 보낸 남자에게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그저 가부장적 가치의 우화에 불과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호동왕자에게 이용당한 낙랑공주처럼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열녀문의 거짓 신화를 보는 것 같았다.
오히려 이집트의 공주였던 암네리스에게 더많은 공감과 애착이 느껴졌다. 라다메스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구애를 하는 모습도 이집트의 제국주의적 모습에 대해 성찰하는 모습도 모두 진정한 권력자와 지도자의 모습으로 보여졌다.
처음 오페라의 이름을 가지고 고민할때 '아이다와 암네리스'로 할 것을 고민했었다고 하니 베르디도 암네리스에게 많은 애착을 느꼈었다고 생각된다.
남자를 위해 희생하는 여성의 모습은 근대에서 멈췄으면 좋겠다. 소위 쉬운여자(원래는 좀더 강한 표현이었지만 순화시켰다.)가 많아지길 원한다. 한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여자가 아닌 자신의 감정과 이성에 맞닿아있는 그런 여성들이 많아지길 원한다.
불필요한 짐을 짊어지는 라다메스같은 남자들도 줄어들 것이다. 이 극 전반에서 맘에 드는 캐릭터는 암네리스지만 자신의 감정에 가장 충실한 사람을 꼽으라면 라다메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오히려 남자로서의 특권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유난스러움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뮤지컬을 보고나서 아이다에 대한 책을 따로 읽게 되었고 오페라 '아이다'를 유투브를 통해 영자막으로 볼 수 있었다. 장중하고 거창한 무대였지만 이탈리아어로 불리는 노래들은 유명한 몇곡을 빼곤 그다지 감흥이 있진 않았다. 그리고 중후하고 노쇠한 분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완숙할 지언정 젊은 아이다와 암네리스, 라다메스의 모습을 보여주긴 어려웠다고 느껴진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찾은 그 모든 아이다에서 내가 깨달은 하나는 내가 원하는 아이다는 없었다라는 것이었다. 딱히 내가 생각한 모습은 아니지만 EBS의 오페라 하우스라는 코너에서 다룬 오페라 '아이다'에 대한 재해석은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오페라가 원작인 뮤지컬이지만 또다른 이야기를 하고있었던 뮤지컬 '아이다'는 이번 피날레공연을 끝으로 하나의 변주가 끝났다. 아마도 멀지 않은 시간에 새롭게 다듬어진 새로운 '아이다'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