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뮤지컬

다크니스 품바

신천지행 2019. 4. 5. 01:00

품바라는 말에 끌렸다

요즘엔 품바라고 주로 표현하지만 각설이 타령으로 기억하고 있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품바와 각설이는 사실상 같은 의미의 단어라고 한다.

품바란 김시라가 연출한 구전민요인 각설이타령과 마당극 형식을 무대극과 결합한 연극이다. 라고 정의된 사전들이 있고 품바의 어원을 말하는 사전들이 있다.

결국 품바는 우리네 정서의 가장 밑바닥에 닿아있는 전통문화이자 삶의 애환을 다룬 한 지점이다.

그것을 춤으로 풀어낸다라니 그것도 현대무용이라니 정말 궁금했다.

사실 아무 상상도 없이 질펀한 각설이 타령을 염두에 두고 찾아갔던 것 같다.

공연은 시작부터 내 기대를 가볍게 무너뜨렸다.

품바이지만 품바가 아니었던 그렇지만 정말 품바를 잘 살린 공연이었다.

다크니스는 품바를 표현하고 싶은 이 공연에 대한 형용사였다.

 

빛과 어둠을 조화시켜 동작을 강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처음에 어색했던 다크니스라는 단어가 공연을 본 후엔 정말 잘어울리는 말로 바뀌어 있었다.

공연 시작 전 김재덕 대표가 읽어내려간 환영사의 내용을 옮기지 않더라도 한편의 아이돌 공연을 본것처럼 그냥 눈으로 읽으면 되는 신명나는 공연이었다.

신명, 아마도 그 단어 이상으로 이 공연을 표현할 말을 찾는 것은 현재 나의 능력에선 어려운 일인것 같다.

분명 품바의 가락과 품바의 춤사위와 각설이의 동작들이 들어있는 공연이었고 품바타령이 분명한 공연이었는데 새롭다. 그냥 새로운게 아니라 익숙한데 새롭다. 그 춤사위와 표현력이 낯설음에도 익숙하다.

참 신선한 경험이다.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 완전한 창조는 불가능에 가깝다. 창조란 기존의 것을 녹아내어 만들어내는 것이고 새로 만들어진 것은 무언가 기존의 틀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연계시켜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모티브가 된다.

그런 점에서 다크니스 품바는 완전하게 익숙하면서 새롭고 낯설으면서도 익숙하다.

내 표현력의 한계를 아쉬워할만큼 열정이 녹아있는 무대가 준 감동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어둠을 이용해 빛나는 존재로 만들어낸 품바
기존 품바의 가락을 알아도 좋고 몰라도 전혀 지장이 없다.

이제 8살이 된 딸아이가 말한다.
"웃기고 재미났어요, 노랫말 중에 기억하고 싶은 것도 있고" 라고

신명나는 각설이의 모습을 절묘하고 세련되게 표현한 이런 공연을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십이삼년간 그저 며칠씩 그것도 주로 해외에서 초청받아 공연했던 내용을 이번에 장기공연으로 올린 것이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많인 눈에 담아두고 싶다.

화수는 커튼콜이 없는 회차였지만 하이파이브가 있어 아이는 즐거워했다. ^^